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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세포, 정말 재생 어려울까? 속속 밝혀지는 '뇌세포 회복' 비밀
"뇌 세포는 한 번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라는 말,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의학계에서는 뇌세포는 성인 이후 새로 생겨나지 않으며, 한 번 손상되거나 죽으면 다시 재생될 수 없다는 통념이 있었다. 실제로 뇌졸중이나 중증 외상 이후 손상된 뇌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기 어려운 사례가 많아 이러한 말은 사실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현대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뇌세포도 회복 가능하다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이에 신경과 전우현 원장(감꽃요양병원)과 함께 뇌세포 회복에 관한 진실과 뇌 손상의 개념에 관해 자세히 알아봤다.
뇌세포, 정말 한 번 손상되면 회복 불가능한가?
20세기 초, 스페인의 신경과학자 산티아고 카할은 "성인의 뇌는 고정된 회로를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신경세포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수십 년간 이 믿음은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연구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1998년, 항암 치료 중 투여된 특수 표지물질(brdu)을 통해 성인의 뇌, 그중에서도 해마라는 부위에서 신생 뉴런이 생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연구들에서도 제한적이지만 신경전구세포가 존재하는 부위에서 새로운 뉴런이 계속 만들어짐을 보여줬다. 즉,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는 해마 부위 등에서는 성인도 매일 수백 개의 새로운 신경세포가 탄생하여 기존 뇌 회로에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2025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퇴행성 뇌질환인 헌팅턴병 생쥐 모델에서 손상된 부위에 신경전구세포를 자극해 새로운 뉴런을 생성하고, 실제로 운동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된 사례도 보고되었다. 연구진은 뇌실 내에 bdnf(뇌유래신경성장인자)와 노긴(noggin)이라는 단백질을 투입하여 중간가시 신경세포(msn)으로 분화된 새 뉴런이 생성되게 하였다.
전우현 원장은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새로 생성된 뉴런들이 주변의 기존 신경망에 연결되어 실제 운동 기능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헌팅턴병에서는 선조체의 msn 신경세포들이 퇴행하며 운동신경 회로가 망가져 증상이 발생하는데, 새로 만든 뉴런들이 이 손상된 회로에 편입되어 손실된 기능을 부분 대체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로 생긴다'는 것이 '죽은 세포가 살아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뇌세포가 재생된다'는 말은 죽은 뉴런이 되살아난다는 뜻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어 기존 회로에 편입된다는 의미이다.
즉, 이미 파괴된 개별 뇌세포가 되살아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뇌는 한 번 손상되면, 그 세포 자체를 되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과거에 생각했던 것처럼 뇌가 전혀 회복 능력이 없는 기관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해마 등 일부 뇌 영역에서는 새로운 세포 생성이 일어나고, 손상 부위도 남아있는 전구세포나 주변 신경세포의 재구성을 통해 부분적인 보상과 회복이 가능한 것이다. 전 원장은 "인간 뇌의 이러한 회복 잠재력을 완전히 활용하기 위한 치료법은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뇌세포 재생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해주는 최신 과학의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뇌세포 손상 기준, 어떻게 판단하나?
뇌세포의 손상과 정도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들로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어, 일부 세포가 손상되면 국소적인 변화부터 전반적인 뇌기능 변화까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우현 원장은 "의학적으로 뇌세포 손상이란 신경세포 자체의 구조적 손괴나 기능 상실을 뜻한다. 여기에는 한 개의 뉴런이 산소 부족이나 외상으로 뇌세포 손상(괴사 또는 세포자살)에 이른 경우부터, 뉴런의 축삭이나 수상돌기 손실로 신경망 연결이 끊어진 경우까지 폭넓게 포함된다"라며 뇌세포 손상 기준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1. 임상적 징후
뇌세포 손상은 곧바로 신경학적 결손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특정 뇌 영역(운동 영역)에 손상이 생기면 반신마비가 나타나거나, 해마 손상 시 기억력이 떨어지는 식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의식 수준, 언어 능력, 운동 및 감각 기능, 반사 작용 등을 평가하여 손상 여부와 정도를 추정한다. 예를 들어 외상성 뇌손상(tbi) 환자의 경우 글래스고 혼수 척도(gcs) 점수나 의식 소실 시간 등에 따라 경도, 중등도, 고도로 손상 정도를 분류한다. 이러한 신경학적 검사 결과가 정상에서 벗어난다면 뇌세포 손상을 시사한다.
2. 영상의학적 소견
mri나 ct와 같은 뇌영상 검사는 뇌세포 손상을 직접적으로 시각화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뇌경색(중풍)의 경우 mri에서 해당 부위의 뇌조직이 까맣게 변하거나 부어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그 부위 뇌세포의 괴사를 의미한다. 또한 뇌출혈 시 ct에서 하얗게 출혈 부위가 보이며 주변 조직을 눌러 손상을 주는 양상이 나타난다. 의사는 영상에서 뇌실질 내 병변의 크기와 위치를 확인하여 얼마나 많은 신경세포가 영향을 받았는지 평가한다. 예를 들어 뇌졸중 환자에서 병변 직경이 크고 핵심 부위를 침범했다면 광범위한 뇌세포 손상으로 예후가 나쁘다고 판단한다. 반대로 손상 부위가 작고 주변 뇌 조직이 비교적 온전하면 경미한 손상으로 본다.
3. 생물표지자와 특수검사
때로는 피검사나 뇌척수액 검사로 신경세포 손상 표지자를 측정하기도 한다. 심한 뇌세포 손상 시 방출되는 단백질(예: 뉴런 특이 에놀라제 nse 등)이 혈중에서 상승하는지를 확인하여 보조적으로 판단한다. 또한 뇌파(eeg) 검사를 통해 광범위한 뇌세포 손상 시 나타나는 이상 신호(예: 서파(slow wave)의 증가나 평탄화 등)를 관찰하기도 한다.
뇌세포 회복, 신경학적 기능 개선 의미...기준은?
뇌세포 회복이란, 말 그대로 손상으로 잃었던 신경학적 기능이 개선되거나 복구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여기에 두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개별 신경세포 수준에서 손상된 세포가 구조와 기능을 되찾는 것이다. 둘째, 뇌 회로 수준에서 다른 세포들이 손상 부위를 보완하여 전체적인 기능이 향상되는 것(대체 회복)이다. 다음은 전우현 원장이 정리한 뇌세포 회복의 기준이다.
1. 개별 세포의 회복
경미한 손상의 경우 신경세포가 죽지 않고 기능을 회복하는 일이 있다. 예를 들어 일시적인 허혈(국소 뇌 혈류 부족)로 기능이 떨어진 세포들이, 혈류 재개 후 며칠~몇 주에 걸쳐 다시 정상적인 전기 활동을 찾는 경우이다. 이런 가역적 손상에서는 적절한 치료 시 세포 자체가 회복되어 원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임상적 회복으로 확인하기 위해 환자의 증상이 호전되고 영상 검사상 부종 등이 가라앉으며 뇌 조직의 대사 활동이 정상화되는 소견(pet 검사 등)이 나타나는지를 본다.
2. 대체 경로에 의한 회복
불행히도 많은 경우 심각한 손상 부위의 신경세포는 영구적으로 사멸하며, 그 자체가 '부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놀랍게도 뇌는 남은 세포들을 활용하여 손실된 기능을 부분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뇌의 신경가소성이다. 예를 들어 한쪽 뇌 반구의 운동 영역이 손상되었을 때, 반대 측 뇌의 대응 부위나 주변 영역이 활발하게 재조직되어 손상된 기능을 대신 수행하도록 변화한다.
또한 살아남은 신경세포들이 시냅스 연결을 강화하고 새로운 회로를 형성함으로써 잃어버린 기능에 대한 보상 작용을 한다. 임상적으로는 재활치료를 통해 이러한 뇌 가소성을 극대화하여 회복을 촉진한다. 환자가 팔다리 마비 후 꾸준한 재활훈련을 받으면, 마비된 쪽 대신 다른 회로가 발달하면서 운동 기능이 일부 돌아오는 것이 그 예이다. 영상 연구들을 보면, 초기 손상 부위 주변이나 반대쪽 뇌에서 기능적 mri 신호 증가 등 뇌 활동의 재편성 징후가 관찰되는데, 이것이 회복의 신경생물학적 기반이다.